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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직 가지고 있는 것들.
kimera | 추천 (65) | 조회 (972)

2022-03-11 09:26

우리가 아직 가지고 있는 것들.

 

어제 하루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20대 대선은 제게 진짜 많은 경험을 하게 해주네요.

 

저는 국민의 힘 계열의 정당이 집권하는 것이 싫습니다. 정치적인 이유, 정의에 관한 이유, 호불호의 문제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명박이 집권 후, 그들이 정치적 복수를 한답시고 쳐낸 몇몇 기업 중에는 제가 운영하던 회사와 밀접한 연관이 있었던 곳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명박 2년 차 즈음에 그 기업이 부도가 나고, 제가 운영하던 회사도 같이 줄도산했죠. 그 뒤로 이러저러한 절차를 거쳐서 개인 회생도 하고, 일용직, 파견직, 관리직으로 장돌뱅이처럼 1년씩 계약직으로 돌아다니다가, 1년 전부터 제 사업은 아니지만, 그래도 경영일선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런 경험이 있어서 국민의 힘 계열의 정당은 질색합니다.

 

먼저 지난 대선에 대해서 좀 정리해봅시다.

 

우리 선전했습니다.(광고 말고 잘싸웠다고요.)

우리 잘했습니다.

우리 열심히 했습니다.

*우리라고 하는 이윤, 전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이거든요.

 

우리, 선거 기간 내내 여론조사에서 이겼던 적이 거의 없습니다. 알잖아요? 이준석이 10% 차로 이긴다고 하고, 김종인이 윤석열이 이기면 10% , 이재명이 이기면 1~2% 차라고 했는데, 우리 1% 안 되는 차이로 졌어요. 역대 가장 아깝게 진 거예요.

 

악재 많았어요. 그런데도 여기까지 한 겁니다. 우린 10% 차를 1% 미만까지 줄인 겁니다. 조금 모자랐기 때문에 좀 아쉽긴 해요. 그래도 후련하게 싸웠습니다. , 선거 전에 10년 전에 헤어진 전 여친에게 전화하고, 9년 전부터 연락 안 하던 가족에게 전화했어요. 겨우겨우 설득하고, 부탁하고 해서 한 표 한 표 만들었어요. 절박했거든요. 그래서 9% 차까지 따라잡았다고 생각해요.

 

그냥 대충 하고 포기했다면 이렇게 글을 쓰진 못했을 거에요. 진짜 열심히 했거든요. 할 수 있는 거 다 했는데 여기까지니까 아쉽긴 해도 답답하진 않아요.

 

그래도, 그냥 포기하고 끝날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이대로 잘못해서 예전처럼 돌아갈 수는 없으니까 여기에 글을 적기 시작했어요. 그래도 선거 기간 내내 제 생각과 가장 비슷한 분들이 많이 있었던 곳이니까요.

 

누구 때문에 졌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허경영 아니었으면 그 사람에게 갔을 20만 표가 윤석열에게 갔을지도 모릅니다. 심상정도 뭐라고 하지마요. 어쩌겠어요. 그 사람은 계속 그 자리에 그렇게 있었던 사람인데요. 심상정에게 간 표 보면 그 사람들은 심상정 없었으면 투표 안했을 사람들이에요. 그러니까. 누가 나와서 그 표가 그 들에게 가서 우리가 진 거 아니에요.

 

우리가 진 건, 그때그때 이슈에 따라서 투표를 달리하는 분들 이 우리 대신 윤석열을 선택해서 그렇게 된거에요.

 

우리가 생각해야 할 건 그 분들을 다시 데려올 방법입니다.

 

데려와야 해요.

 

안그러면 우리 많이 힘들어져요.

 

윤석열은 행정부의 수반이 된 거 뿐이에요. 아직 입법부 권력은 우리에게 있어요. 지방자치 권력도 우리에게 있어요. 윤석열이 쓸 수 있는 카드는 당장 검찰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아직은 우리가 완전히 진 건 아니에요.

 

우리는 좋은 대통령이 있습니다. 그분이 정말 잘해줘서 그나마 안전하게 코로나 시국을 넘겼고, 세계적인 위기 상황에 그나마 대처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놨고, 우리 대신 의견을 낼 수 있는 입법부와 우리를 위해서 일하는 지방자치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다음 대통령인 윤석열은 그렇지 못해요.

 

그의 임기는 5년입니다. 그가 그 기간 동안 자기 마음대로 하게 두면 우리나라 망해요. 아니 우리가, 아니, 제가 망해요.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서 느낀 게 있어요. 나이 50에 전쟁터에 나갈 수도 있구나 하는 거요. 제가 곧 그 나이가 돼요. 5년 윤석열이 제멋대로 하게 두면 나도 끌려갈 수 있겠구나 싶어요. 그러기 싫어요.

 

어떻게 해야 될까요?

 

무얼 어떻게 할지 이야기하기 전에 상황 분석부터 해야죠.

패배원인 분석이야, 저보다 똑똑한 더불어민주당의 연구원들이 잘해주실 거고, 아마 백서로 내기도 할 겁니다. 더 정확하게 보시겠지만, 나름으로 열심히 한 일반 당원 이자 현장에서 사람들이란 대화를 나눠 봤던 중소기업 경영자로서 생각한 몇 가지 말해볼게요.

 

우선 갈라치기 당했어요.

문재인 대통령 지지하고, 경선에서 이낙연 지지하던 분 중에 윤석열 뽑은 분들 많아요. 저랑 정말 친하고, 착하고, 좋은 분 한 분 계시는데, 이재명이 싫어서 이낙연 지지하다가 아예 윤석열 찍으러 갔어요. 이거 변절한 거라고 욕하지 마세요. 솔직히 저도 선거 기간 내내 짜증 났고, 이 친구랑 말도 안 할라고 했는데요. 생각해보니까. 아니에요. 이 게 갈라치기 당한 거에요. 자기가 지지하는 사람이 안 돼서 투표장에 안 나가는 게 아니라 반대표 찍으러 가는 건 상실감 때문이 아니라 분노 때문이에요. 상실감은 행동을 멈추게 하지만, 분노는 행동하게 하거든요. 이 상실감을 분노로 바꾼 게 이준석이에요.

 

이준석은 사람 이간질 잘해요. 계속 싸움을 붙여요. 지금 이대남, 2번남 욕하시는 분들 하지 마세요. 그 친구들은 죄 별로 없어요. 선거 결과 보면 거의 반반 나왔어요. 남자, 여자 가르지 마세요. 표차 심하지 않아요. 오히려 여전히 문제는 60대 이상이었어요. 거긴 말도 안되게 졌거든요.

 

망할 국민의 힘은 지들 텃밭인 60대 이상이 이슈에 나오지 않게 만들었어요. 그렇게 하면서 그들은 예전에 하던 대로 나가서 투표하게 했어요. 그리고 20대를 철저하게 갈라치기 했어요. 원래 20대는 정의로운 편이에요. 아니 지금도 그래요. 옳은 것을 찾고, 그걸 지지합니다. 이준석은 뜬금없이 20대 남자들이 자기들 편이라고 주장했어요. 그러면서 그들이 바라는 공약을 만들고, 그걸 가지고 나라를 바꾸겠다고 했어요. 그렇게 해서 20대를 반으로 가른 거에요. 남자와 여자로요.

 

이거 이대로 두면 안 되요.

 

부산, 마산은 원래 민주주의 성지였고, 우파 아니었어요. 광주랑 같았다고요. 그런데 왜 이렇게 변했냐고요? 갈라치기 당한 거에요.

 

지금은 지역으로 갈라치기 한 게 아니라 젊은 이들의 성별로 갈라치기 당한 거에요.

 

상당수의 20대 남자들은 여전히 우리를 지지해요.

 

이번에 윤을 찍은 남자들 중에 상당 수는 이준석에게 속았어요. 남자니까 찍어줘야 해. 우리가 정의야. 너네들이 힘든 건 지금 정권에서 너희를 챙기지 않아서 그래. 우리가 챙겨줄게. 등등으로 속였어요. 이거 계속 당하면 큰일나요.

 

그러니까 그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그리고 제대로 알 수 있도록 해줘야 해요.

 

더이상 갈라치기 당하지 않게 해야 해요.

 

두 번 째로 우리가 진 이유.

 

선거 이슈에서 졌어요. 윤석열과 이재명의 선거 운동의 차이는 지방선거와 대선의 차이였던 거 같아요. 윤석열은 대본 없이 여기저기서 외쳤고, 이재명은 대본을 보고했어요. 윤석열이 똑똑해서 그런 거 아니에요. 윤석열은 모든 지역에서 같은 말을 했고, 이재명은 지역마다 현안을 이야기했어요. 그러니까 모든 지역에서 다른 말을 해야 했으니까, 대본이 필요했어요. 예전에 유시민 이사장이 도지사 선거에서 졌을 때와는 반대에요. 김문수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지역마다 필요한 말을 하고 플래카드도 다 다른 걸 붙였는데, 유시민 이사장은 같은 거 붙이고, 거의 같은 연설을 했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이 지역에 밀착된 김문수를 뽑았어요. 그런데 대선은 조금 다른 이야기에요. 특히 위에서처럼 20대가 갈라치긴 당한 상태에선 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간단한 정의를 이야기하는 게 먹히는 거였어요.

 

단순하게 붙었어야 했는데, 복잡하게 수 계산하다가 오히려 한 방 먹은 거예요.

 

마지막으로 우리끼리 더 보듬어주지 못했어요. 같은 편 중에서 좀 다른 말하는 사람 있으면 눈총 주고,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만큼 움직여주지 않으면 미워하고 그랬어요. 다 우리 사람인데 말이죠. 경선 참가자 중에서 떨어졌던 사람 중에서 바로바로 행동하지 않거나, 그 지지자들을 너무 미워했어요. 사실 같은 편인데, 다 보듬고 가야 하는 데 말이죠.

 

쉽게 이야기해서 아군끼리 총질을 너무 많이 했어요. 외계인 오면 다 같이 힘 모아야 싸워야 하는 데 말입니다. 그래야 이기는데 말이죠. 그러니까 아쉽죠. 문통이 될 때는 든든했던 사람입니다. 함께 촛불을 들었을 때는 든든했던 사람들이고, 추운 날 커피 나눠 마시면서 다독였던 사람들이에요.

 

정리하면 이래요.

  • 갈라치지 당했다.
  • 이슈 선점 당했다.
  • 많이 싸웠다.

 

앞으로 우리는 뭘 해야 할까요?

 

우리 시간 없어요.

 

6월에 지방선거예요.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걸 먼저 봐요.

대한민국 지자체의 상당 부분이 우리 편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코로나 위기를 넘길 수 있었던 겁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거의 2/3이 우리 편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입법관련해선 뭐든 할 수 있고, 확실하게 행정부를 서포트 할 수도 견재 할 수도 있어요.

 

대통령은 대단한 권력이 있지만 모든 것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어요. 특히 국회와 지방정부의 도움이 없으면 말이죠.

 

우리는 지방정부와 국회의 힘을 아직 가지고 있습니다.

 

이걸 지켜야 해요.

 

지방선거에서지지 않아야 해요.

 

지금처럼 70%가까지 가지고 있을 필요 없어요. 51%이상만 가지면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요?

 

먼저 우리끼리 좀 보듬어줍시다. 다들 노력했어요. 그러니까 안아주고 보듬어주고 위로해줍시다. 그리고 우리를 버리고 떠난 사람들 다시 데려와야죠. 그들을 데려와야 우리가 이겨요.

 

선거 패배의 비난을 그들에게 돌리지 마요. 그들을 다시 데려와야 다시 안 집니다.

 

우린 속아서, 이간질에 놀아나서 헤어진 친구입니다. 화해하고 진짜 적과 싸워야죠. 그리고 진짜 위기를 넘겨야 합니다.

 

20대들 남자나, 여자나 욕하지 마세요. 진짜 그들을 위한 정책 생각해봐야 해요. 등록금 올랐으니까 꼴좋다고 말하면 안 됩니다. 그들을 위해서 싸워줘야 하고, 그들을 지켜줘야 합니다. 그래야 그들이 알아갑니다.

 

감정적으로 헤어진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줘야 합니다. 그래야 이깁니다.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거.

 

갈라치기 당한 사람들 다시 보듬어서 당장 닥친 지방선거에서 최고 51%는 무조건 지켜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의 뜻이 자신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윤석열이 가지 마음대로 검찰을 통해서 권력을 휘두르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국회에 있는 국회의원들을 보호해야 합니다. 지금 국민의 힘의 국회의원은 그 숫자로는 아무것도 못 합니다. 그래서 대통령 권력을 통해서 그걸 바꾸려고 할 겁니다. 어떻게? 별거 있나요? 검찰이 국회의원들 하나하나 기소하고, 처벌하면 되죠. 그렇게 당의 후보들을 무너지게 하면 달리 방법이 있겠습니까?

 

우리는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지켜야 합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지방의원의 의원들 수를 51% 이상으로 지켜야 하고, 20244월까지 국회의원의 수를 지키고, 우리가 총선에서도 다시 이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들은 더불어 민주당을 붕괴시키려고 할 겁니다. 나눠서 자기들이 과반수가 되려고 할 겁니다. 그렇게 권력을 찬탈하고 마음대로 하려고 할 겁니다.

 

퇴임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지켜주고, 추미애 전 대표를 지키고, 대선에서 노력했던 우리를 지키는 길은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지키는 것입니다.

 

아쉽습니다.

 

하지만 우울해 하지 맙시다. 분노하지도 맙시다.

 

이제 다시 시작합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셨다면, 그건 아마도 이 글에 동의하시는 분이실 겁니다. 사람이 A4용지 한 장이 넘어가는 글을 읽을 때는 글이 정말 재미있거나 아니면 격하게 동의하거나 할 때뿐이니까요. 심지어 이글은 5페이지를 훌쩍 넘기는 긴 글이거든요.

 

아쉽지만, 수고하셨고, 고생하셨습니다.

우리, 이번 주말까진 좀 쉬고, 다음 주부터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지키기 위해서 또 살아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