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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그동안 격조하셨죠? 저 아직 살아있습니다.
아직도 항암으로 2~3주 단위로 병원에 오가고 있습니다만 의사분도 암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고 하더군요.
대신 벌써 50차례가 넘게 진행된 항암으로 인해 풍성하던 제 머리는 듬성듬성 해버렸지만 말입니다.
2020년에 4기 선고받고 수술 작년에 재수술할때만 해도 힘들었는데, 이제는 암과 공존하며 잘 이겨내고 있네요.
이번에 투표도 잘하고 왔습니다.
정말 초박빙이더군요. 그나저나 KBS 출구조사 정말 기가막히게 잘 맞네요. 역시 공영방송 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전, 이번에 누가되던 큰 관심은 아니었습니다.
암4기인 저에게 진보나 보수 지지층의 사람들이 누가 대통령이 되면 뭐가 힘드네, 누구 후보 까고 하는건 허무할 뿐이거든요..
그래도, 딸에게 아빠 건강하게 잘 이겨낸다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 와이프랑 딸 데리고 투표장에 갔다 왔습니다.
전, 사전투표를 했죠. 본투표때 북적할거 같아서요. 저랑 와이프가 교대로 다녀왔는데, 딸애는 아직 중학생이라서요.
와이프는 이재명을 찍고, 전 윤석열을 찍었습니다.
집에서 선거 공보물 왔을때 딸애랑 다같이 꼼꼼히 읽었습니다. 딸애가 정치권 뉴스에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가족들이랑 식사할 때 뉴스틀면서 이건 어떻고 저건 어떻고 이야기를 자주 하는 편입니다.
여기 계신 분들은 윤석열이 당선되면 마치 나라가 망할것 같다, 망칠거 같다는 식의 이야기를 자주하시는데, 사실 딸애가 그런걸 엄청 싫어합니다.
딸이 윤석열 지지를 하는게 아니라, 이재명이던 윤석열이던 온갖 네거티브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네거티브가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면서 반대 진영에 있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진영논리를 딸이 싫어하거든요.
밥 먹을 때도 딸이 뉴스를 보면서 민주당, 국민의힘 선거진영에서 공수를 주고받을 때 저거 진영논리다, 내로남불이다 이런말을 이제 중2인 딸이 자주 말합니다. 저희 딸은 진보, 보수 커뮤들 다 가입해서 글도 자주 읽는다 하더군요. 왜 읽냐고 물었더니 같은 사안이 벌어졌을 때 진보 후보가 잘못을 하고 보수 후보다 잘못했을 때 진보와 보수 커뮤에서는 과연 그 후보를 질타할 것인지 본다고 하더군요.
제가 이번에 윤석열을 찍은 것도 그가 좋아서가 아니고 이재명이 싫어서가 아니고 와이프도 이재명이 좋아서 찍은 건 아닙니다.
딸애에게 두 후보가 어떠냐고 물었더니 대선 후보로 나와서 토론에 임하고 공약을 건다는 것은 소신이 있는 것일테니 한 개인이 그 후보들이 국저을 잘할 것인지 못할 것인지 유권자라고 해서 함부로 평가할 수 없다고 하네요. 누구는 잘하고 누구는 못할거라고 무작정 깎아내리는 건 정당의 골수 지지자들이나 하는 과잉충성이지 소신 발언은 아니고 그게 소신이라고 주장하는 건 자기 말이 소신이라고 대중논리의 오류화에 빠져사는 착각이라고 딸애가 평가하네요.
자기는 이재명이나 윤석열이나 대통령이 되서 크게 못할거 같지는 않고, 성향이 달라도 국가의 발전을 위할려고 노력할거라고 생각한다고 해서 저랑 와이프는 딸애의 의견을 존중해서 각각 이재명과 윤석열 한명씩에게 다 투표했습니다.
그래도 제가 밥먹을 때 이재명이 안되서 아깝다 라고 했더니 딸애가 저에게 이런 말을 하네요.
딸 : 아빠 진건 진거야, 지고나서 뒷말 하는 사람 구질구질해, 대통령이 누가되던 이념이 달라도 그 사람이 국정을 잘해주길 바라야지, 아빠가 하는 말은 그냥 운석열이 국정운영 못해서 다시 민주당 정권 창출을 바라는 저주잖아. 쓸데없는 말 말고 밥이나 드세요.
결국 딸애에게 사과했습니다. 저희 딸 무섭네요.
그런데 어떻게 보면 딸애의 말과 행동이 지금 정치권 사람들이 유념해야 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희 딸이 지고나서 뒷말하는 사람들 매너 없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