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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곤드래 | 추천 (0) | 조회 (464)

1999-12-16 3:00: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지금 알았던 것들은 그때 알았더라면......



나이가 들어가고

나름대로 세상에 부딪히고 좌절도 하고

체념이라는 것에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다시 생각해봅니다.

시간을 되돌려 그때 그자리에 다시 나에게 똑같은 기회가 주어진다 할지라도

결과는 마찬가지일것이라는 것.

마음 속 남아있는 미련이나 아쉬움은 사실 '난 더 잘 할 수 있었어'라는

힘없는 자기 연민일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이 꿈꾸는 자신의 모습을 애써 남겨놓으려 하는 몸부림같은 것......


한해를 마무리해야하는 요즈음

지난 살아온 날들을 되새겨 보곤

자신에게 말하곤 합니다.

그때의 나는 나의 '최선'을 다했던 것이라고.......


'나'를 냉정하게 바라보고 있노라면

'최선'이란 말이 버겁게 들리기도 하지만

살아온 날들을 그대로 가감없이 받아들이려 하는 스스로를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려합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만큼

자신이 살아온 경험만큼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을 바라봅니다.


스물일곱해 살아온 삶.

아직도 어리기만 한 것 같은데

거울에 비친 내모습에선 소녀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주위의 친구들이 하나 둘

결혼을 하고

가끔 애기 백일잔치나 혹은 돐잔치에 초대받곤 하면

금반지를 사는 제 모습이 그렇게 낯설게 느껴지곤 했습니다.


살아가는 것은

잃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이라고들 합니다.

혹자는 살아가는 것은 사랑하는 것과 같은 말이라고들 합니다.


사랑을 꿈꾸며 행복에 젖었던 제가 떠오릅니다.

그리고 그 사랑을 확인하며 고통스러워했던 모습 역시 떠오릅니다.


앞으로도 많은 것들을 잃어야 함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때마다 받아들이지 못해 고통스러워할 제 자신이 보이기도 합니다.

결국 받아들이겠지요.

품에 안거나 아니면 스스로 깨지거나 하여

능독적이건 수동적인건

제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겠지요.


스스로에게 최선을 다한 것이라 되뇌이면서

다시 한다하더라고 결국은 마찬가지일거라는 말을 하면서

다시 시간이 흐른후 지금의 나를 되돌아보곤

스스로에게 변명을 했구나 하지 않을까 겁이 납니다.


바람이 차갑습니다.

늘 목도리를 벗어주며 흐뭇하게 웃던 그가 떠오릅니다.

그리고 그의 웃음때문에 일부러 목도리를 하지 않고 나거던 제가 떠오릅니다.

바람이 차가울 수록

사랑의 기억은 따뜻하게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