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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고속기동전과 소중화
moby | 추천 (0) | 조회 (348)

1999-12-18 10:37

현재 한국 육군의 교리체계(지상군전법)는 공격작전에 있어서의 입체고속기동전,방어전에 있어서 도로견부위주종심방어, 산악전, 공세적 후방작전 등 4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과거에는 입체고속기동전을 공지전의 한국적 변용정도로 생각했으나,현역 장교인 p씨가 일조각을 통해 98년 공개출간한 기동전이란 책을 보니 입체고속기동전이 OMG와 공지전을 결합한 개념이라는 것이다. 사실 공지전과 OMG 는 전혀 이질적인 대립개념같지만 그 뿌리를 찾아올라가면 이복형제라고 비유할 수 있을 정도로 결국 하나가 된다. (풀러에서 만나든 20년대 소련군 종심교리에서 만나든 연결고리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긴하지만 미국교리의 단순변용에 만족해왔던 한국 육군이 상당히 특이한 시도를 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나, P씨의 책에는 입체고속기동전에 대해 더이상 어떠한 구체적 설명도 하지 않으므로 다만 상상만 이리저리 해보았을 뿐이다.

그러던 차에 해병대가 민간 군사잡지 발행사에 홍보용으로 배포한 해병대란 잡지를 보다보니 입체고속기동전에 대해 간단한게 몇 줄 정도로 설명한 부분이 있었다. 개념의 핵심은 근접항공지원(CAS) 및 기타 화력지원수단으로 공격부대 전방 및 측방에 화력터널
을 형성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식의 개념구성은 공지전에서는 대단히 낯선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OMG목적부대를 지원하는 소련 전선항공군 운용개념과 연결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과연 누가 이런 식의 개념체계를 구성했는지 그 주역이 궁금하다. 한국의 군사보안수준상 입체고속기동전의 완전한 내용이 공개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20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그때는 필자가 완전히 초로의 신사가 될 것이다. 따라서, 어쩔 수 없이 현재 공개된 4-5줄 수준의 내용만으로 몇가지 비평을 해보겠다.

과거 저의 짧은 생각으로는 OMG든 공지전이든 한국전 현실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었다. OMG는 통상적인 군사적 상식을 초월하여 아주 깊게 천입하는 부대이다. 공세종말점이라는 개념 자체를 거부하는 소련군사학에서나 나올 수 있는 부대운용개념인 것이다. (소련군 교리체계는 공세종말점이라는 개념을 거부한다)

이것은 기갑사단 몇 개 날아가는 정도는 눈하나 깜작하지 않을 정도의 대규모 기갑전력을 보유한 국가에서나 시도해 볼만한 개념인 것이다. 화력터널이든 무엇이든 아무리 지원을 해주어도 그렇게 깊숙하게 천입하는 부대는 측방의 타격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처럼 복잡한 지형에서 잘못기동하다가는 포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지전은 어떤가? 공지전 개념을 제대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기동성과 육군 자신의 자산으로 장거리 감시수단과 장거리 타격능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미국의 절반도 안되는 감시거리와 타격능력을 보유한 한국육군이 공지전을 따라가려고 시도하는 것은 뱁새가 황새를 따라하는 것 보다 더 코메디가 될 것이다. 이처럼 한국적 현실에 맞지않는 OMG와 공지전을 결합한 입체고속기동전이란 것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는 개념일까?

이번에 해병대지에 공개된 3-4줄 정도의 내용 대부분은 화력터널에 관한 것이다. 우선 이 개념부터 좀 의아스럽다. 화력터널이 제대로 운용되기 위해서는 기동부대의 전방 및 측방에 상당히 인접한 지역에 지속적인 타격이 이루어져야 한다. 거리가 너무 떨어진다면 효과가 떨어질 것이고, 거리가 너무 인접한다면 기동부대가 오탄에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수준급 공중공간관리능력과 전술공군과의 협조체계 및 자동화된 포병지원체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전문가가 아니고, 일개 민간인 신분의 필자로써 한국군이 이 분야에 어느정도의 숙련도를 지니고 있는지는 모른다. 다만,
한국의 공중공간관리능력이 주먹구구 수준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한국처럼 좁은 지형에서 엄청난 수의 박격포,포병, 육항, 공군을 완벽하게 지정된 공간으로 유도하는 것은 여간한 숙련도로서는 어려운 일임이 분명하다. 특히 동시간에 고도차만 두어서 유도하는 것은 왠만한 경험을 가진 장교로선 불가능할게 분명하고 결국 공간자체를 수평적으로 분할하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특정공간에 사전 협조된 계획이 있는 지역에서는 동시간에 고도차만 두어서 유도하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겠으나, 우발적으로 특정지역을 지정했을때 과연 완벽하게 통제가 가능할지는 분명히 의문이다.또한, 화력터널을 안전하게 운용하기 위해서는 육항,전술공군,포병 등 각종 화력지원체계를 유기적으로 결합할 필요가 있다. C4I체계가 일단 완성이 되면 이 문제는 자연히 해결되겠으나, C4I체계의 구축과 안정된 운용을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먼 상황이 아닌지? 화력터널을 제대로 형성하기 위해서는 이점이 분명히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기계화된 기동부대는 적화력보다 아군 화력터널을 더 두려워하는 코메디가 일어날 것이다.

걸프전의 경험에 대한 미국 관련 기관의 논문을 보면, 제일 강조하는 것 중에 하나가 훈련의 중요성이다. 특히 완벽한 제병협동전은 고도로 훈련된 부대일지라도 매우 위험한 임무라는게 일반적인 평가이다. 고속으로 기동하는 기계화부
대를 화력터널로 엄호하는 임무는 공지전류의 제병협동전보다도 더 어렵고 복잡한 협조를 요구한다. 따라서 평소에 고도로 훈련된 부대만이 그 개념을 현실에서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일개 민간인이 한국군의 훈련정도에 대해 제대로 알 수는 없으나 98년에 공개출판된 전 0기갑여단장의 회고록을 보면 팀스피리트 훈련시 한국군 기계화부대의 최대관심사는 교통문제였다고 한다. 기계화부대가 마음놓고 훈련할만한 공간도 없을뿐더러 설사 훈련을 명분으로 교통통제를 한다할지라도 그 많은 차량을 수용할만한 도로가 잘 없다는 이야기이다. 과연 이런 수준의 기동훈련경험을 가진 기계화부대로 입체고속기동전을 거론한다는 것은 조금 성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단 4줄 정도로 공개된 내용을 가지고, 가정에 가정을 거듭하면서 써내려가는 이야기라 이 문제에 정통한 군내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바보같은 소리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요즘 육군의 동향을 보면 한가지 묘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잘 알다시피 중국에선 공자에 대해 제사를 지내는 문묘의식의 전승이 끊겼다. 얼마전에 우리나라 성균관에서 다시 역수입해 갔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물론 문화대혁명의 결과이긴하지만 이미 청나라시대부터 중국의 전통적인 문화중에전승이 끊긴 것이 많다. 오죽하면 조선사신의 옷을 보고 중국삼대(고대 신화적 시대)의 옷이라며 몰래 눈물을 흘리는 한족 관료들이 있었을까? 과연 17세기 이후 조선 유학자들이 조선만이 유일한 공자-주자로 대표되는 중국문화의 계승자라는 의식을 가질만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다시말해 중국이 오랑캐에 의해 변질되었기 때문에 이제 세상에는 조선만이 유일한 문명국이자 소중화라는 생각을 가졌던 것이다.

그런데 요즘 육군에서 그런 느낌을 받는다.

미국은 1993년판 FM100-5 채택을 계기로 공지전 교리를 포기하였다."제다이기사"라고도 불리는 공지전파들이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지만, TRADOC을 주축으로한 "정보전파"들은 공지전은 산업시대의 유물로 폐기해야할 역사의 쓰레기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상황이 복잡하기 때문에 공지전이 다시 공식적으로 부활할지도 모르겠으나 현재 공식적인 미군 입장은 '공지전은 폐기되었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어떤가? 소련붕괴후 3차원입체전술, 2차원 공지전 어쩌구하면서 전통적인 소련종심전투교리를 포기하는 듯한 움직임이 있다.

그런데 한국은 공지전과 소련 종심전투교리를 모두 집대성한 그 무엇인가를 열심히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교리나 작전술 분야에서 한국 독자적인 그 무엇을 만들어낸 것은 건군 이후 최초로 기념할만한 대사건임이 분명하다. 이러다가는 풀러이후 독일의 전격전, 소련의 종심전투교리, 미국의 공지전으로 연결되는 현대적 기동전의 유일한 정통계승자는 한국이 될 것 같다. 정말 가슴벅찬 일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에겐 왠지 조선후기 유학자들이 부르짓던 소중화란 단어가 가끔 떠오르는 것일까?
(물론 필자는 상황을 절망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미국보다는 오히려 한국이 이 분야에서 더 희망적으로 보이는 구석도 있다. 또한, 필자는 현재 한국의 이 분야 연구수준을 세계10위권 이내로 생각한다.)


참고한 자료중 격월간 육군은 각급 도서관 및 인터넷에 공개되어 일반인이 열람가능하고, 해병대 정기간행물인 해병대지9호도 언론사 및 일부 군관련 민간출판사, 도서관에 홍보용으로 공개 배포한 것입니다.

공중공간관리에 대한 일반적 내용은 역시 공개서적인 김광석 육대총장의 용병술어연구 및 인터넷에 공개된 미 육군교범(www.adtdl.army.mil) 을 참조한 것입니다.

* ^^ * 메리 크리스 마스 입니다.
어느 야문 회원님 의 정중한 부탁으로 이정도로 군사 관련 문서를 마치겠습니다.
다음부터는 여러나라 군 "특수부대에 관해서" 올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