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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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12-25 02:50
우리 특수부대의 전투능력을 가늠할만한 '실제 상황'이 드물게 목격된 적이 있었다. 86년 12월 무장탈영한 해병 중사가 포항근처에서 23명이 탄 시외버스를 탈취, 경부고속도로 추풍령 휴게소에서 군과 대치했을 때였다.
당시 대규모의 병력을 동원, 버스를 포위하고도 승객들 때문에 어쩌지 못하던 육군 모부대장은 결국 특수요원의 지원을 요청했다. 잠시후 허름한 봉고 승합차로 현장에 도착한 5명의 요원은 인질범이 M16 자동소총을 난사하는 가운데 전광석화같은 몸놀림으로 버스에 접근했다. 이중 1명이 용수철처럼 튀어올라 버스 뒷유리창을 통해 단 한방으로 상황을 끝냈다. 12시간이 넘는 지루한 대치상황을 단 5분의 작전으로 끝내는 장면은 마치 영화를 보는듯 했다.
이같은 전투능력을 갖추기까지 특수부대 요원들은 일반인은 엄두도 못낼 고강도 훈련을 거친다. 각 특수부대는 대개 24주의 기본훈련을 공통적으로 실시한다. 다만 부대의 특성에 맞춰 특전사는 고공침투 훈련과 산악훈련 강도를, 해병 특수수색대와 UDT/SEAL팀은 해상훈련 강도를 강화한 것이 차이일 뿐이다. 그러나 기본훈련은 말 그대로 기본이다. 기본훈련을 마친후에도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 동물적,본능적 수준까지 전투능력을 갈고 닦는다.
특수부대 가운데서도 훈련이 혹독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해병대 특수수색대의 훈련 내용이 좋은 예다.
수색대원들의 기본훈련은 1주간의 저속 고무보트(IBS)조작과 접안법에서 시작된다. 수색대의 작전은 해안침투에서 시작되므로 IBS는 그야말로 개인화기만큼이나 몸에서 뗄 수 없는 필수장비다. 기본훈련 16주 내내 IBS 승선인원인 7명이 한 팀이 돼 육지에서건 해상에서건 IBS를 한순간도 놓지 않는다. 기본훈련 경험자들은 하나같이 "훈련이 끝나면 목둘레가 0.5~1인치 가량 늘어난다"며 "이때문에 제대후에도 입대전의 와이셔츠를 입을 수 없다"고 말한다. IBS는 자체 무게가 85Kg으로 모터무게까지 합치면 200Kg가까이 되기 때문이다.
기본훈련의 절정은 일명 '지옥주 훈련'으로 불리는 1주일간의 극기,생존훈련이다. 2년 3개월의 군생활과 일주일간의 이 훈련을 놓고 선택하라면 서슴치 않고 전자를 택한다고들 할 정도다. "IBS무게로 인한 고통을 줄여보기 위해 런닝셔츠 2장을 2~3cm 두께로 접어 머리에 얹고 전투모를 쓴다.
지옥훈련이 끝날때 쯤이면 런닝셔츠가 해져 구멍이 뚫리고 머리털이 다 빠진채 머리가죽이 벌겋게 벗겨진다"는 것이다.
생활하수, 쓰레기 등이 뒤범범된 시궁창과 하수구에서 고무보트를 머리에 이고 빡빡 기는것은 기본이다. 교관들은 인분 등 오물이 눈,코,입으로 밀려드는 것을 피해보려는 대원들에 사정없이 시궁창물 세례를 퍼붓고 고개를 오물속에 박아 넣는다. 수색대 간부는 "인간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수치심, 자존심에서 대원들을 해방, 어떤 극한 상황에서도 견뎌낼 수 있는 정신력을 키워주려는 것"이라고 훈련취지를 설명한다. 훈련뒤 성한곳 하나없이 온갖 오물에 '절여진'몸에 파상풍 예방주사는 필수다.
지옥주 훈련에서 특기할 만한 것은 담력훈련이다. 밤에 화장터로 보낸 대원이 오지 않아 찾아보면 화장을 기다리고 있는 시체에 기대 졸고 있기 일쑤다. "더이상 지옥이 따로 없다"는 생각 때문에 시체를 부둥켜 안고 있어도 무서운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것. 특전사 담력훈련에는 방탄복을 입은 동료부대원의 가슴에 권총사격을하는 과정이 있다. 원시적이지만 담력과 함께 동료에 대한 신뢰감을 키우는 방법이다. 수색대의 남모 하사관은 "지옥주 훈련이 끝나면 근육 강도가 극대화해 육체가 어떤 상황에도 적응할수 있게 체질변화가 일어난다"고 말했다.
맨 마지막주의 생존훈련은 무인도나 험준한 산악에 고립시킨채 식량지원을 완전 차단, 일주일간 초근목피와 개구리 곤충 등을 먹으며 살아 남도록 하는 훈련이다. 생존훈련을 마칠때면 피골이 상접해 돌아오게 되며 이후 두끼는 죽을 먹으며 위를 달래야 한다.
16주 기본훈련을 마치면 '맥주병'이 10km는 자유자재로 거뜬히 헤엄치고 물속에서 10시간 이상을 견뎌내는 '물개'로 변하게 된다. 그러나 기본훈련을 무사히 이겨냈다고 곧바로 수색대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공수, 유격훈련과 천리행군이 기다리고 있다. 천리행군은 30kg의 완전군장을 한 채 대관령에서 포항까지 400km를 산줄기를 타고 하루 50km정도씩 꼬박 8박 9일동안 걸어 내려오는 것이다. 이밖에 대원들은 동계 설한지 훈련 등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 인간병기가 돼 간다. 백발백중의 사격술, 대검 투척술, 각종 화기의 활용등은 특수부대원이 갖춰야 할 기본기중의 기본기다.
해병대 특수수색대는 보름간격으로 해병대 훈련단에 입대하는 150~200여명의 자원자에 한해 기본체력 테스트를 거쳐 무술 유단자나 운동선수 출신을 위주로 기당 10명을 선발한다. 신기하게도 편한것이 최고인 세태속에서도 매번 지원자가 넘쳐 경쟁률이 평균 5대1에 달한다. 수색대 김모 소대장은 "이왕이면 좀 더 강인하게 신체를 단련할 수 있는 곳에서 군대 생활을 하기 위해 해병대 특수수색대를 지원했다"며 "훈련이 힘들기는 하지만 추호도 다른 부대로 옮긴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