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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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12-29 02:29
영국의 대표적인 특수부대를 손꼽으라면 대다수 사람들은 SAS와 SBS를 지칭한다. 2차대전의 발발과 함께 태동한 두 부대는 오늘날까지 특수부대의 원조격으로 굳건한 자리매김을 했다는데 이견을 가진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 같다. 그 만큼 두 부대는 다른 어느 나라 특수부대보다 풍부한 실전 경험과 기술을 축적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그러나 이 두 부대와는 별도의 비밀특수부대가 지난 30년 동안 운영되어오고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SAS와 SBS의 세계적인 유명세에 가려서 그런지 아니면 임무 속성상 베일에 쌓여서 그런지 이 비밀특수부대에 관한 자료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제14 정보중대'(The 14th Intelligence Company)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영국군 특수부대원들 사이에 `제14 정보파견대'(The 14th Intel Det)으로 불리는 이 부대는 명칭에서 엿볼 수 있듯이 비밀정보수집 활동에 주력하는 부대다.
제14 정보중대의 주활동무대는 북아일랜드로 육군, 공군, 해군, 해병대 등 군종에 관계없이 지원이 가능하다. 특히 이 부대는 원할한 활동을 위해 여군들도 공작요원으로 운용하고 있는 것이 SAS나 SBS와 다른 특징이다.
또 다른 특징은 현직 SAS 요원들에게는 이 부대에 지원자격이 주어지지 않은다는 점(SBS 출신으로 이 부대에서 근무한 Duncan Falconer가 쓴 `First Into Action: A Dramatic Personal Account of Life in the SBS'를 참조)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SAS가 워낙 유명세를 누려온데다 다른 어느 부대보다 북아일랜드인들 사이에 `악명'이 자자하기 때문이다. 다만 선발된 요원들에 대한 훈련은 SAS가 담당한다.
제14 정보지원중대가 창설된 것은 영국에 대한 대표적인 무장저항세력북아일랜드공화국군(IRA)이 한창 기승을 부리던 73년이었다. 영국은 그때까지 `군대응부대'(Military Reaction Force. MRF)라는 조직을 운용하면서 IRA, PIRA 등 반영 아일랜드 저항세력들에 대한 정보수집과 경우에 제한적인 무력화공작을 수행했다. 그러나 제14 정보지원대가 창설됨에 따라 MRF는 해체되고 이 특수임무는 새로운 비밀부대의 몫이 됐다.
제14 정보중대의 요원으로 선발되기 위해서는 어떤 절차를 거칠까? 이 질문에 대해 명확한 해답을 구하기란 쉽지가 않다. 워낙 베일에 싸인 부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Falconer, Katz, Arostegui 등 해외의 관련전문가들이 펴낸 저서들에서 선발과정의 일부를 엿볼 수 있다.
SAS와 마찬가지로 제14 정보중대는 일년에 두번씩 요원들을 신규선발한다. 지원자는 우선 북아일랜드 근무를 포함해 최소한 2년 이상의 군경력을 가져야 된다. 물론 SAS나 SBS, 또는 영국 해병대특공대(코만도) 산하 부대나 공수여단 등지의 특수전부대나 이와 유사한 정예부대에서 근무한 지원자는 적어도 체력면에서는 선발과정에서 유리한 입장이다.
그러나 특수부대를 포함한 정예부대 출신이라고 해서 반드시 선발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최근들어서는 경리병, 취사병 같은 전혀 생소한 분야의 지원자들이 선발되는 경우가 많다. 반영주의자들이 득실대는 낮선 곳에서 대부분 혼자서 정보수집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그곳 사회에 쉽게 동화될 수 있고 현지인들로부터 별다른 주의를 끌지 않기 위해서다.
지원에 앞서 가장 중시되는 것은 신원조회다. 신원조회에서는 지원자의 성장과정과 교우관계에서부터 정치적인 성향까지 철저히 파악된다. 신원조회 못지 않게 중요한 몫을 차지하는 것은 지원자의 지적능력과 심리상태다. 대게 위장신분으로 우군의 도움없이 적지에서 혼자서 비밀활동을 해야 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일정 수준 이상의 지적능력과 안정적인 심리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1차관문을 통과한 지원자들은 다시 4개월과정의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간다. 2주 동안의 1차 과정은 `솎아내기'(Weeding-out)이라는 별칭이 말해주듯 부적격자를 가리는 것이 주목적이다. 미 해군 SEAL팀의 `지옥주'를 연상할 정도로 지원자들은 이 과정 동안 혹독한 시련을 겪게 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지원자들은 연필 한자루와 종이 한장만 지급받아 특정지역에 투입돼 2-3일씩 머무면서 자신이 본 모든 상황을 기입하도록 지시받는다. 만약 이 과정에서 이유없이 위치를 떠날 경우 지원자는 그날로 원대복귀라는 혹독한 처분을 받게 된다. 1차 과정의 탈약률은 평균 50%를 상회한다는 것이 Falconer의 설명이다.
2차 과정에서부터는 정보요원으로서 활동하는데 필요한 여러가지 기술들을 습득한다. 자동차 쾌속질주, 권총과 기관단총 조작술, 독도술, 관측소 설치및 운영요령, 관측장비 설치, 은폐, 조작 등을 집중적으로 교육받는다. 또 극한상황에 처했을 때 혼자서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는 격투술이나 적의 포위망을 효과적으로 피할 수 있는 도피 및 탈출(E&E)도 함께 익힌다. 이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현지의 언어와 문화관습에 대한 집중적인 교육이다. 지원자들은 사투리에서부터 음식과 술에 이르기까지 아일랜드인으로 위장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도록 집중적인 교육을 이수한다.
제14 정보중대가 SAS나 SBS와 다른 점은 선발과정을 성공적으로 거친 사람은 `요원'(Operative)로 곧장 북아일랜드 현장에 투입된다는 점이다. 통상 SAS나 SBS에서는 선발과정을 거친 이후부터 전문기술을 습득하게 되지만 제14 정보중대는 이 원칙을 따르지 않는다. 이는 그동안 익힌 기본적인 기술을 가진 요원이 보다 생동감 넘치는 현장에서 온갖 경험을 해봄으로써 수준을 얼마든지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통상 100명 가량 지원자 가운데 최종관문을 통과해 정보요원으로 활약하는 경우는 남여를 합쳐 10명 내외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요원들은 보통 훈련을 함께 받은 남자 동기생과 부부나 연인으로 위장해 현지에 투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위의 시선을 끌지 않기 위한 배려 때문이다.
일단 현지에 투입된 요원들은 런던데리, 아마가 등 영국 지배를 받고 있는 북아일랜드 6개 지방에 현지인으로 위장해 생활을 시작한다. 평범한 민간인 생활을 하면서도 이들은 IRA나 PIRA 같은 반영테러단체들이나 조직원으로 의심되는 인물들에 대한 감시활동을 전개한다. 이들은 특히 IRA나 PIRA 조직원들이 테러 움직임을 보일 경우 현지에 파견된 SAS 대원들에게 연락해 사전에 이를 무력화시키는 임무도 수행한다.
그러나 SAS나 영국해병특공대원들과의 접촉이 여의치 않을 경우 요원들이 독자적으로 테러범들에 대한 매복이나 기습을 전개해 사살하거나 생포하기도 한다. 제14 정보중대 요원들은 IRA와 PIRA 조직원들이 기승을 부리던 76년부터 87년 사이 25명의 PIRA 조직원들을 사살하는 전과를 거뒀다. 반면 이 기간 북아일랜드에 주둔한 영국군은 불과 9명만 사살하는 전과를 올렸을 뿐이다.
지금까지 북아일랜드에서 SAS의 전과로 알려진 것 가운데 상당수가 바로 제14 정보중대 요원들에 의한 것이라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영국이 북아일랜드를 계속해 통치하는 동안에는 제14 정보중대의 활약상도 계속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