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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문화혁명[2]
kendo | 추천 (0) | 조회 (240)

2000-01-03 09:56

인터랙티브 시대

밤늦게 귀가한 대학 2학년생 A군은 컴퓨터를 켜서 전날보던 영화를 다시 불러냈다.남녀 주인공이 만나자마자 술을 마시러 가도록 선택한 것은 아무래도 잘못이었다.남자가 술에 취해 엉기는 바람에 둘관계가 엉망이 됐다.이번엔 게임방을 클릭했다.순간 영화속 남자는 여자에게 말했다."저 게임 좋아하세요?"

공상소설이 아니다.국내에서도 이미 인터넷으로 서비스 되는 '인터랙티브(interactive 쌍방향)영화' 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관객이 영화를 보며 마우스를 클릭해 선택하는데 따라 줄거리와 방향이 전혀 달라지는 쌍방향 영화.지난 6월 선보인 국산 인터랙티브 영화1호 '영 호프의 첫째날'은 접속기술 부족으로 화면과 음향이 일그러지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보름만에 30만명이 접속하는 열띤 호응을 얻었다.

21세기 디지털 문화혁명의 핵심 키워드 중에 하나는 '인터랙티브'다. 디지털기술이 가져올 문화생산과 소비 관계의 결정적 특징은 양쪽의 즉각적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쌍방향성의 총아인 컴퓨터와 네트워크의 요람에서 자란 N세대는 작가-감독-작곡가가 다 만들어
차려주는데로 받아먹는 일방성을 거부한다.편지나 전화보다 이메일,TV보다 컴퓨터를 선호하는 그들은 스스로 목소리를 내서 창작과정에 관여하고 선택하려든다.
'뉴스위크'는 "21세기에 가장 다이나믹하고 역동적이고 흥분되는 새 예술을 창조할 매체는
비디오 게임"이라고 단언했다.그러면서 이를 가능하게 할 핵심 원동력으로 비디오 게임의
'쌍방향성(interactivity)'을 지목했다.네트워크 비디오 게임처럼 개인들이 참여 하고 선택하는
영화,소설,드라마,음악,미술.... 21세기는 쌍방향성이라는 새로운 화두와 함께 종전 미디어 환경에선 꿈꿀 수 없던 문화적 격변을 목격할 것이 분명하다.

PC통신에 소설을 연재하는 작가들은 변화기운을 피부로 느낀다.작가들은 쌍방향 계시판을 통해 독자들과 의견을 나눈다.'하이텔 문학관'에서 활동하는 은희경씨는 "연재분에 대한 반응이 들어오니까긴장하게 된다"며 "자칫 작품 방향이 흔들릴 정도"라고 말한다.작품들이 책으로 출판될 땐 예외없이 손질된다.그과정에 독자 반응이 영향을 끼치는 것은 당연하다.
작가가 여러상황을 동시에 독자에게 제시하고,독자는 마우스로 맘에 드는 줄거리와 상화을 선택해 소설을 재 창작하는 '하이퍼 텍스트(Hypertext)'는 문학계 '인터랙티브 혁명'의 결정판이다.국내에선 아직 미개척 분야이지만,미국과 유럽에선 글쓰기의 새지평으로 평가 받고 있다.한권의 책에 일관된 줄거리와 주제를 담아 낸다는 전통적 문학관과 작가 역활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방송계야말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의 영향을 강력하게 맛보는 현장이다.2001년 본방송에 들어갈 '디지털 방소',그리고 국내 방송 3사가 시험 서비스 중인 '인터넷 방송'대중화는 방송계 '인터랙티브 빅뱅' 을 앞 당길 변화다.방송사가 일방적으로 정하던 방송시간이나 편성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아무때나 입맛대로 프로그램을 골라 볼 수있다.스토리를 선택하는
'인터랙티브 드라마'도 등장할지 모른다.아직 거기까지는 아니더라도,배우 선정이나 아이디어 공모에서'인터랙티브'는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KBS는 3월부터 방송할 '왕건'을 제작하며 왕건역 배우를 인터넷 시청자 투표에 붙였고 MBC는 홈페이지에 드라마 국장과의 대화방을 뒀다.히트 드라마 '애인'연출자 이창순PD는 인터넷에서 아예 미니시리즈 아이디어까지 구하고 나섰다.방송이 시청자와의 쌍방향 소통 필요성을 체감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음악도 점차 인터넷을 통해 대중들의 반응을 보고나서 출반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음악팬들은 리얼오디오를 이용해 듣고 싶은 노래만 골라 듣는다.

박물관들조차 관람객들과 상호소통하는 인터랙티브 전시기법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있다.
디지털기술을 활용하는 '미디어 아트'들은 작품과 관람객 사이의 상호작용을 생명으로 여긴다.
조선일보 권혁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