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이다. (2)
날다람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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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1-05 12:37
떨리는 마음으로 약속 장소로 갔습니다. 갔더니 친구 B가 기다리고 있더군요. 5시에 도착했는데, 5시 30분이 그애와의 약속시간이라며 거만하게 KFC 치킨을 요구하더군요. (너 친구맞냐? -_-;;;;;) 할수없이 사줬답니다.
KFC뒷편에 있는 '샤갈의 눈내리는 XXXX'라는 카페로 들어가서 그애를 기다렸습니다. 약속시간 5:30분이 10분정도 지나자 그애가 왔습니다. 검은 코트를 걸치고 있었는데, 코트를 벗자 흰색 폴라 스웨터를 입고 있더군요. 햐아~~~ (순간 침이 꿀꺽~) 감탄이 나왔습니다.
사실 소개해준 친구 B란 녀석은 취향이 특이해서 그런지 소개할 때 '네가 못생겨도 얼굴만 이쁘면 된다고 했지? 내가 얼굴은 그래도 속은 꽉찬 애 소개시켜 줄께'라고 하더군요. 후훗... 녀석... 그런데 이녀석이 원래 취향이 독특합니다.
국민학교때부터 동창인 녀석인데, 허구헌날 쫓아다니는 여자마다 영 아니거든요. 얼마전에는 장미 800송이를 주문해서 가지고 갔었는데.... 후후훗... 아예 그 여자애가 나오지도 않았답니다. 3월에 군대가기전에 한번 꽂아 줄려고 노력중이라는데.... 옆에서 보기엔 거의 확률 10%미만인듯 싶습니다.
하여튼 각설하고... 실제 카페로 들어온 그녀를 보니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뇌쇠적인 섹시함이라기 보다는, 상당히 덤덤한 스타일 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촌스럽지도 않고, 상당히 애교스러워 보이며 동시에 반듯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한복이 잘 어울릴 것 같은 얼굴이랄까요? 하여튼 굉장했습니다.
흐흣.... 원래 계획상으로는 뒷편의 JAZZ바 '천년 동안도..'에 갈 생각이었지만, 약간 부담스러워 하더군요. 가격이 만만치 않을 거라고 하면서 말이죠. 이미 더치를 생각하고 있었던 듯. 사실상 저는 첫 눈에 이미 마음이 넘어간 상태라 계산은 별 생각도 안하고 있었답니다. 후훗....
서로 자기 소개를 하고 차를 주문했습니다. 그녀는 성대 영문과 98학번 이라고 하더군요. 이름은 LJH라고 하더군요.(이하 L) 그런데... 그런데... 간만에 만난 여인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감기 때문인지 계속 말이 헛나오더군요. 주제를 잡고 얘기하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우웃....... 사실상 거의 초짜비슷하게 스리 헛소리만 지껄였습니다. 정말 쪽팔렸지요. 인간 (아니 날다람쥐군. -_-;;;) XXX이렇게 쪽만 당하고 끝날 수는 없다.
카파에서 벗어나 썰렁한 호프집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물론 방자한 친구 B는 염치도 없이 따라 왔습니다. 참..... 무지하게 술이 고팠던 모양입니다. 아무리 고파도 왜 그렇게 염치가 없는지.... 요걸 그냥 콱!!!
술이 들어가기 시작하자 역시 말발이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서로 마음에 있는 얘기를 터놓기도 하고, 야시시한 야그도 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약간 모범생틱한 면이 있어서 인지 L은 약간 부담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녀의 관계들. 남자친구(이미 있다고 함. 이걸 그냥~~). 고등학교 얘기(외고라던데요). 하여튼 여러가지 얘기를 했습니다. 분위기도 아주 좋았구요. L이 피곤하기도 해서 일찍 자리를 나섰습니다. 그녀를 배웅하고 (예전처럼 같이 택시를 타고간다거나 하는 짓은 안했습니다. 돈이 돈인만큼... -_-;;;;)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괜히 핸드폰으로 손이 가더군요. 핸드폰으로 다시 전화를 했습니다.
다음은 대화 내용입니다.
'여보세요' '네~누구세요~' '나야.' 그러자 대뜸... '내일은 안된다고 했잖아. 내일 과외 2-4시로 땡겨서 하자며~~XEYYXXX'등등 이상한 소리가 쏟아져 나오더군요. '이봐요. LJH양. 나는 아까 만난 날다람쥐라우' '아.... 미안해(약간 울먹울먹하는 느낌의 소리. 술을 너무 마셧나?? -_-;;;) '괜찮아' '아니야... 미안해.. 너랑 목소리 비슷한 애가 있어서 착각했어. 미안해' '괜찮아. 괜찮아. 전혀 신경 쓰지마. 그건 그렇고 너 내일 시간 있냐?' '내일? 아까 말했듯이 내일은 시간 없어.' '그럼 모레는?' '모레는 과외있는데' '(바쁘군. --;;;;;)' '그럼 금요일은?' '그날 친구 군대휴가 나왔다가 들어가는데...' '그럼 그 전에 오후에 만나서 밥이라도 먹자. ' '......알았어....' '(야호~~!!!)그럼 약속한 거다. 내일 또 연락할께~' '알았어' '잘자~~~'
훗... 이렇게 됐습니다. 순박하죠? 다음에 기회가 되면 꼭 3탄을 올리겠습니다. 여러분... 날다람쥐의 확약을 기대해 주세요~~~
날다람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