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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작전사 해난구조대 SSU-
moby | 추천 (0) | 조회 (307)

2000-01-05 09:48

경남 거제도 남쪽해상 100㎞ 지점의 해저 150m. 시계(視界)「제로」의
칠흑같은 바닷속. 랜턴을 켜도 2m가 채 되지 않는 가시거리 속에서 잠수
대원들이 인양 준비작업을 시작했다.
2노트 이상의 조류를 타고 흘러가는 부유물질. 「웅웅」대는 소리만 귓전을
맴돈다.

사방에서 짓누르는 엄청난 수압이 허파와 연골을 수축시킨다. 숨이 가빠지
고 뼈와 뼈가 부딪혀 몸을 가누기도 어렵다. 3인1조, 9명과 6명이 1, 2차로
나뉘어 펼친 릴레이작업. 자칫 작업도중에 호흡곤란이나 뇌마비등의 치명적
인 잠수병에 빠져들 수도 있다.

하지만 머릿속에 새겨진 뚜렷한 한마디. 「임무완수」. 순간순간 공포와
전율이 엄습하지만 누구하나 『두렵다』는 말을 꺼내지 않는다. 긴장된
5시간이 흐르고 수면 위로 떠오른 거대한 쇳덩이. 연이어 터져나오는 목소
리 <해저상황 이상무!>. 지난해 12월 격침된 북한의 반잠수정이 3개월만에
성공리에 인양되는 순간이었다.

환호하는 대원들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수심 100m 이하에서
「포화잠수」 방식으로 거둔 첫 성공. 90년초 미해군이 세웠던 수심 93m
기록을 갈아치웠다.

한국해군(R.O.K.N)의 위상을 높인 해군작전사령부 소속 해난구조대 SSU
(Ship Salvage Unit)대원들. 해군 조난함정 및 대원구조와 항만의 기뢰,
수중장애물 제거, 수면하 선체검사 등을 도맡는「바다의 119」.
한국전쟁발발 직후인 50년 9월 창설된「특수공작대」가 SSU의 전신이다.

구호는 「더 깊고 더 넓은 바다로」. 깊고 넓을수록 더욱 커지는 고통과
위험을 기꺼이 떠안는다. 93년 서해 훼리호 침몰사건, 94년 충주호 유람선
화재사건에서 단 한구도 빠뜨리지 않고 완벽하게 사체를 인양했다.

96년에는 강릉 앞바다에 좌초한 북한 잠수함을 건져올렸다. 또 지난해 6월
에는 동해 앞바다 33m아래에 가라앉은 북한 잠수정을 20t짜리 노란색
「리프팅백」4개로 부양시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가라앉은 배를 공기주머니로 띄운 것은 세계 해군사상 최초의 일.

군에서 발생하는 작전 외에 민간 지원도 마다하지 않는다. 일반 교각의
안전점검에도 동원된다. 전국 웬만한 다리의 물속 교각에는 이들의 손때가
묻어 있다. 94년에는 아버지를 살해한뒤 흉기를 저수지에 버린 아들의 유죄
를 입증하려는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여 저수지 바닥을 이잡듯이 뒤진 끝에
흉기를 찾아내기도 했다. 같은 해 5월에는 경남 창녕의 한 저수지 수중문이
고장나 모내기에 어려움을 겪자 4명의 요원을 보내 수중용접을 한 적도
있다.

모두가 강도높은 훈련으로 다져진 대원들의 정신력과 체력이 뒷바침돼 이뤄
낸 성과. 대원들은 초등 10주, 중등 14주, 고등 10주 등 34주에 걸친 기본
교육을 이수한다. 특히 초등과정은 육체적으로 가장 혹독한 과정. 70%이상
의 지원자가 떨어져 나간다. 2주일 내에 최소 6㎞를 쉼없이 수영 할 수 있
어야 하고 매일 20㎞씩의 구보가 뒤따른다. 9주째에는「기수PT체조」를
하는데 이는 자신의 기수에다 1,000을 곱한 숫자만큼 PT체조를 하는 것.
올해의 기수는 45기다.

『깊은 바닷속에선 먹물 속에 혼자 내버려졌다는 느낌을 갖습니다. 점차 온
몸을 수압이 조여오면 꼭 귀신이 잡아끄는 환상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사람인 이상 공포심을 갖지 않을 수는 없죠. 공포심을 떨칠 수 있도록
담력을 키워내는 훈련이 우선입니다』

중등과정은 표면에서 공급하는 공기로 잠수하는 법을 배운다. 고등과정은
공기속의 질소 대신 인체에 무해한 헬륨을 넣는 「혼합기체」잠수방식을
배운다. 이 과정을 마치고 100m 이상 잠수 가능한 이들을 <심해잠수사>
라고 부른다. 심해잠수사 중 잠수 경력 10년 정도의 베테랑을 대상으로
특수교육을 받게 하는데 이것이 포화잠수사 과정. 현재 국내 포화잠수사는
SSU대원 40여명이 전부다. 연간 1회 이상 포화잠수를 하지 않을 경우에는
다시 특수과정을 거치게 할 만큼 엄격하다. 포화잠수 과정은 96년 필요설비
인 체임버(Chamber)가 해난구조함 청해진함에 설치되면서 본격화됐다.
97년 4월에 150m, 97년 8월에는 현재로서는 잠수 가능 최고수심인 300m에
성공하는 개가를 올렸다.

기본체력이 완성된 뒤 수심이 깊어질수록 요구되는 것은 대기압에 대한
극복. 해수면(지표면)의 압력상태는 1대기압. 바닷속 10m 아래로 내려갈
때마다 1대기압 정도씩 압력이 증가한다. 공기를 가득 머금은 풍선을 예로
들면 1대기압의 압력증가는 그 부피가 반으로 줄어드는 대신 내부의 공기밀
도는 2배로 커지는 것. 공기의 순환기능을 하는 허파도 마찬가지. 따라서
300m 수심이라면 허파의 크기가 30분의 1로 줄어들고 내부순환 공기의
밀도는 30배가 커지는 셈. 작업중 「훅훅」 하며 가쁜 숨을 계속 쉬어야 할
정도로 힘들다. 포화잠수를 한번 하고 나면 몸무게가 5㎏씩 빠진다.

『남이 하지 않는 것을 한다는, 그리고 인간의 한계를 경험한다는 긍지와
자부심이 우리를 지켜줍니다. 계속되는 체력훈련, 물속에 들어간다는 그
자체가 겁나기도 하지만 우리가 아니면 할 사람이 없습니다. 최근 서해
교전으로 가라앉은 북한 침투선도 불러만 주면 100% 완벽하게 인양해 낼
자신이 있습니다』

가장 위험한 환경에서 인간한계를 극복하는 고난도 임무를 부여받고 이를
수행하는 해난구조대. 망망대해의 해저에서 「세계 최고」를 갈아치우는 기
록의 사나이들. 적을 향하기보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공포를 제압해내는
전사들. 대원들은 가쁜 숨을 토하며 더 깊은 바다로 들어간다.

스쿠버 잠수는 수압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수심 40~60m 정도까지로 잠수
의 초급과정. 그 이상은 공기(산소 20%, 질소 80%) 중에 질소 대신 헬륨을
넣는 혼합기체 잠수방법을 사용한다.

수압이 높아지면 마신 질소가 배출되지 않고 인체 내에 축적돼 잠수병에
걸리기 때문. 헬륨은 방송에서 사용하는 음성변조의 성분이어서 잠수를
하고 난 뒤에는 한동안 목소리가 이상해지는 '도널드 덕' 현상을 경험한다.

또 이 수심에서는 곧바로 수면 위로 오를 경우 압력변화 때문에 오므라든
혈관과 허파가 갑자기 팽창하며 터질 수 있다. 천천히 올라오면서 낮아지는
대기압에 일정시간 적응하는 감압이 필요하다. 90m에서 30분간 작업을 한
뒤에는 감압을 통해 해수면까지 오르는 데 3시간 가까이 소요된다.

포화잠수는 잠수의 백미. 구조함에 마련된 지름 2m, 길이 10m 정도의
원통형 체임버(Chamber) 라는 감압장치 속에서 작업수심과 같은 대기압에
인체를 적응시킨 뒤 연결된 캡슐을 타고 해저에 내려가는 방식이다. 기체는
혼합기체. 150m의 수심, 16대기압에는 약 6시간의 적응이 필요하다.
해저작업을 마친 후 체임버에 돌아오면 수면 위의 1대기압으로 감압하는
데 약 10일이 걸린다.

포화잠수에는 최소 11일 이상이 소요되는 셈. 그래서 체임버 내부에는 화장
실, 침대 등이 갖춰져 있다. 9명이 탑승할 수 있고 대화는 수압과 「도널드
덕」 현상 때문에 최대한 줄인다. 잠수 후 한달여간은 고공비행도 금할
정도. 포화잠수사 함동호 상사(39)는 『말은 필요할 때만 목적어를 내뱉는
수준이고 체임버 안으로 넣어주는 밥은 꼭 고무 같은 느낌』이라며 『체임
버를 나온 후에도 수축됐던 연골 때문에 뼈마디가 쑤셔 며칠간 움직이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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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을 사랑하고 바다를 사랑하는 국민여러분. 목숨을 내걸고 오직 임무
완수를 위해 심해로 기꺼이 뛰어드는 한국해군의 최정예 특수부대 SSU에
격려의 박수를 보냅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