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eap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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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09-27
추석이 지났다.
어느 사인가 그냥 훌쩍 왔다가 그냥 가버렸다.
결국 난 그 어느 곳도 가지 못했다.
아니... 가기가 싫었다. 움직이는 것이 주는 무한한 피곤함에 대해 난 매우 민감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이가 먹어선가? 웬지 그렇다.
그냥 쓸쓸하다는 표현이 맞을런지도 모르겠다.
요즘 이정우 교수한테 푹 빠져 있다.
한명의 교수로서 자신의 삶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대학교 생활을 통해서는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글쎄.... 그냥 흘러가는 듯 말할 수 있는 것.
익명의 시대에 자신의 이야기를 활자화시켜 말할 수 있는 용기...
그건 어쩌면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그의 무한한 애정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의 삶의 지향이
내가 스스로 정리하지 못하는 것. 그냥 막연하게 머리 속에 맴도는 것들을
그는 나름대로의 언어를 가지고서 설명한다는 점이 가장 맘에 든다.
그냥 지켜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난 어쩌면 그것 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비번 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