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한잔... 웬지 씁쓸한 기분...
천진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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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7-12 00:24
간만에 국민학교 반창들을 만나서 술한잔 했다.
솔직히 그다지 나가고 싶은 자리는 아니다.
예전에는 같이 뛰어놀고 구슬치기하고 다투던 친구들인데 이제는 나완 다른세계에 사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하고 그들을 이어주는 유일한 끈은 같은 국민학교를 나왔다는것.. 그것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요즘 유행하는말로 코드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애써서 연락까지 해줬는데 안나가기도 뭐하고 때마침 시간도 남는터라 강남역으로 나갔다.
오늘은 나포함 6명이 나왔다.
예전에는 연락되는 애들이 20명이 좀 넘고 모이면 10-15명은 모였었는데...
하나둘씩 떨어져 나가고 이제는 대충 10명정도 연락되고 5-6명정도 나온다.
솔직히 같이 술마시면서도 내가 왜 나왔나 싶다...
내가 알지도 못하는 관심사들을 이야기 하는 그들.. 그속에 그냥 머쓱하니 웃고 있는 나...
이야기가 한참 진행되다가 무엇이 재밌는지 자기들끼리 웃고 난리다.
그러다 내옆에 앉은 최모양이 내 어깨에 기대어 막 웃는다.
(그녀는 재밌으면 옆에 사람에 기대어 웃는다. 주위에 사람이 없으면 엎드려서 웃는다.)
그녀의 그런행위가 별뜻이 없음을 알지만 웬지 당황스럽다.
(솔직히 당황스럽기는 하지만 그리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솔직히 미인이 웃어주는데 기분나쁠일은 없으니...)
괜히 당황스러운것 티내기도 그렇고해서 그냥 나도 맞장구 치며 웃어주었다.
술이 몇잔 더 돌고... 이런저런 이야기 오가고... 난 머쓱하니 앉아서 가끔씩 물어오는 질문에 답하고...
그러다가 같은 동창인 이모군의 이야기가 나왔다.
(이모군은 더이상 모임에 참석하지 않는다.)
이모군이 얼마전 애인과 혜어졌단다. 이유는 여자가 고졸과는 결혼할수 없다고 했기 때문이란다.
자리에 있던 애들은 넘볼걸 넘봐야지 하는투로 이야기 한다.
애초에 고졸나와서 음식점에 일하면서 대학생 여자를 사귀는게 잘못이란거다.
그녀석의 그동안의 노력과 땀은 모두 허수로 돌아가고 부족한 학력과 가난한 재력만이 남아 명문대 출신에 집안 빵빵한 그녀들의 술안주감으로 전락해 간다.
듣고있기가 불편해 졌다.
그녀들이 말끝마다 물어보는 그렇지 않니? 라는 말에 그냥 얼버무리는 내가 싫다.
내맘같아서는 그녀들을 화끈하게 쏘아붙이고 싶은데 그렇지 못하는 내가 맘에 안든다...
결국 그렇게 술자리는 끝내고 집에 돌아왔다.
그냥 아는 얼굴들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 나가기 시작한 자리인데...
이제는 점차 자리가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휴... 그놈의 돈과 학력이 뭔지...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