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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부터인가 직장인의 이상적인 노후 자금으로 8억이 필요하다느니 10억은 되어야 한다느니 호들갑을 떨며, 그만한 은퇴 자금을 준비하지 못하면 마치 불행한 노후를 맞게 될 것인 양 과열된 보도가 양산되고 있다.
그 논란의 중심은 바로 노후 자금의 액수에 관한 것인데, 이에 관한 기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보험회사들이 발표한 보고서에서 기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서는 보험회사들이 발표하는 이 같은 노후 자금이 진정 타당한 금액인지, 그리고 노후 자금의 적정 규모는 어느 정도면 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보험회사의 노후 자금 뻥튀기 의혹
2005년 삼성생명은 도발적인 한 보고서에서 중산층의 노후 자금으로 7억 812만 원이 필요하고, 여유로운 노후 생활을 위해서는 13억 3,048만 원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이는 60세에 은퇴한 뒤 20년 동안 노후 생활을 한다는 가정 하에 계산된 것이다.
같은 해 교보생명도 비슷한 수준의 노후 자금이 필요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즉 두 자녀를 둔 41세 가장이 55세에 은퇴한 뒤 85세까지 30년을 생활한다고 가정할 때, 필요한 ‘최소’ 노후 자금은 11억 원에 달한다고 했다.
또한 2006년 삼성생명 FP센터는 풍요로운 은퇴 자금으로 연간 5,594만 원이 필요하다고 발표하여, 이 발언이 문제가 돼 대한은퇴자협회KARP로부터 사과문을 게재할 것을 요청받기도 했다.
여기서 문제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수준의 노후 자금 액수를 너무 쉽게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연 5,594만 원은 월 466만 원이라는 계산이 나오는데, 이는 매우 지나친 액수라고 할 수 있다. 2009년 현재 우리나라 가계의 월평균 수입이 320만 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는데, 월 466만 원은 너무 과장된 면이 있다.
노후 자금 3억 원 정도면 적정하다
한편 그룹 내에 보험 계열사가 없는 LG경제연구원의 경우, 2006년 보험회사들과 다른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이는 매우 주목할 만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동 연구원의 이철용 책임연구원은 이 보고서에서 “노후 자금은 4억~5억 원이면 충분하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에 발표된 노후 대비를 위한 필요 자금이 과장된 면이 없지 않다면서, 이는 고객들의 노후 불안감을 자극하기 위한 금융회사들의 마케팅 전략과 관련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같은 해 ‘노후 자금 부담 미국, 일본보다 크지 않다’라는 또 다른 보고서에서 한국 고령 가구의 연평균 지출(2004년 기준)은 1,464만 원(2인 기준)이라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한 바 있다.
내가 생각하는 노후 대비 자금은 현재가치 기준으로 3억 원 정도면 적정하다고 본다. 사실 현재의 평균적인 지출과 삶을 가정해 볼 때 3억 원이라는 액수도 결코 적지 않은 자금이다. 최근 통계를 살펴보면, 2인 가족의 월평균 생활비는 100만 원 안팎에 머물고 있다. 노후에 자녀 교육비가 없고, 대출이자가 없다면 이 정도의 노후 자금으로도 생활할 수 있다.
그리고 별도로 마련한 노후 자금 외에, 경제활동을 한 사람이라면 국민연금이라는 노후 자금원이 발생한다는 사실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국민연금 홈페이지www.nps.or.kr에 들어가면 예상 수령 금액을 파악해 볼 수도 있는데, 이외에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한번 들러볼 것을 권한다.
현재 보험회사의 노후 자금 뻥튀기 발표로 인한 심리적인 피해가 만만치 않다고 생각된다. 나는 여러 기업체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자산 관리 강의를 맡고 있는데, 본격적인 강의에 앞서 수강생들에게 노후 자금의 적정 규모를 물어보면 수강생들의 표정이 금세 어두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몇몇 적극적인 수강생들이 20억, 30억 하며 큰 고민 없이 답하곤 한다. 이에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신문에서 그렇게 보도된 것을 봤다고 한다.
이런 심리적 측면에서의 위축감 같은 피해 말고도, 실제로 피해 사례가 발생하고 있기도 하다.
노후 자금 준비는 연금저축으로
우리나라의 현실을 직시해 볼 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노후 준비라는 것은 사치에 가까운 일일지도 모른다. 당장 자녀 교육, 내 집 마련 등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것도 버겁기 때문이다. 물론 노후 준비는 빨리 시작할수록 유리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왜 보험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노후 준비를 위해 연금저축, 퇴직연금, 국민연금 등 많은 대안들이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보험회사와 재무설계자들은 각성해야만 한다. 두려움을 조성하는 이 같은 공포 마케팅으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그만두어야 한다. 그토록 보험상품에 자신이 없는가? 사업비를 대폭 낮춰 합리적인 보험료를 제시한다면 그렇게 힘겹게 영업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 아닌가? 이런 영업 관행을 없애지 않으면, 결국 언젠가는 보험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고스란히 보험회사 자신이 떠안게 될 날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