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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기제사 다음날
도라지꽃보다 더 흰 어머니와
영취산 통도사에 갔다
홍예반월교 지나 일주문 앞
배롱나무 한 그루 허리 뒤틀린 채 서 있다
천왕문 빠져나와 불이문 거쳐
금강계단 오르게 해 준다는
부처님 말씀을 굳게 믿었을까
아흔아홉 날에 또 하루,
대두 말가웃의 피와 열두 관의 살을
한 뒷박거리 마음에 실은
무심한 배롱나무
붉디붉게 산문을 물들인다
달구비 잦던 올 장마에도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 끝내 젖은 아궁이에서
후림불을 지펴낸 저 고집불통!
팔남매 걱정 혼자 다 받쳐 들고 또 한 生을
건너가실 어머니처럼
펄펄 끓는 화엄 한 솥 머리에 이고 있다
어머니 굽은 등으로
배롱꽃 그늘이 환하게 스며든다
어머니가 말씀하신다
- 야들아, 꽃상여인 것 같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