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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옥잠화 ― 정석봉
bibig00 | 추천 (0) | 조회 (71)

2024-04-16 18:14

뒤뜰에 맺히는 한 송이 방망이

하얀 기억이 솟아오른다 뭉게뭉게

구름 피는 날, 두들기던 빨래

시어머니의 구박에 구겨졌던 홑청이

배냇짓으로 말끔히 펴지고

헤프게 불어오는 실바람에

풀 먹인 시집살이가 실려 온다

볼멘소리 숨겨주던 다듬이 소리는

초록 다듬잇돌 등살에서

바삭바삭 익어간다

늦더위 햇살에

까맣게 잊었던 그리움이

꽃대에서 또가닥 또가닥 쏟아진다 이제는

잔소리도 내려놓으시고

한 잎의 선산아래

긴 꽃잠을 주무시는 그믐밤

흘기던 눈빛만 처녀자리에서 반짝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