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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 흰 사내가 신발을 털고 들어서듯
눈발이 마루까지 들이치는
어슴푸른 저녁이었습니다
어머니와 나는 마루에 나앉아
밤 깊도록 막걸리를 마셨습니다
설탕을 타 마신 막걸리는 달콤 씁쓰레한 것이
아주 깊은 슬픔의 맛이었습니다
자꾸자꾸 손목에 내려 앉아
마음을 어지럽히는 흰 눈막걸리에 취해
이제사 찾아온 이제껏 기다려 온
먼 옛날의 연인을 바라보듯이
어머니는 젖은 눈으로
흰 눈, 흰 눈만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초저녁 아버지 제사상을 물린 끝에
맞이한 열다섯 겨울
첫눈 내리는 날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지나간 사랑을 그리워하며
나는 다가올 첫사랑을 기다리며
첫눈 내리는 날이면
댓잎처럼 푸들거리는 눈발 속에서
늘 눈막걸리 냄새가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