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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밥 먹는 풍경 — 안주철
bibig00 | 추천 (0) | 조회 (34)

2024-04-21 15:54

둥그렇게 어둠을 밀어올린 가로등 불빛이 십 원일 때

차오르기 시작하는 달이 손잡이 떨어진 숟가락일 때

엠보싱 화장지가 없다고 등 돌리고 손님이 욕할 때

동전을 바꾸기 위해 껌 사는 사람을 볼 때

전화하다 잘못 뱉은 침이 가게 유리창을 타고

유성처럼 흘러내릴 때

아이가 아이스크림을 사러 와

냉장고 문을 열고 열반에 들 때

가게 문을 열고 닫을 때마다

진열대와 엄마의 경제가 흔들릴 때

가게 평상에서 사내들이 술 마시며 떠들 때

그러다 목소리가 소주 두 병일 때

물건을 찾다 엉덩이와 입을 삐죽거리며 나가는 아가씨가

술 취한 사내들을 보고 공짜로 겁먹을 때

이놈의 가게 팔아버리라고 내가 소릴 지를 때

아무 말 없이 엄마가

내 뒤통수를 후려칠 때

이런 때

나와 엄마는 꼭 밥을 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