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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짐을 줄여야 할 나이
날아갈 듯 가벼워야 하리라
버릴 것 찾아 창고를 뒤지다 마주친
전기밥솥, 점잖게 앉아 있다
보름달처럼 둥실한 몸통에 앉은키도 의젓한 십인 용
그만은 해야 두 애들 도시락에 남은 식구 점심이 되었지
오로지 취사와 보온에만 속을 달구던 것이
쥐 빛 머리 위로 먼지가 뽀얗다
저녁에 쌀 씻어 앉혀 놓고
새벽에 단추만 살짝 눌러 주면
밥물 넘을 걱정 없이 단잠 한숨 더 재워 주고
추운 겨울 따시게 밥 품어 주던
저것이 언제 창고로 밀려 났더라?
쌀도 웬만한 열로는 응어리가 안 풀려
압력으로 암팡지게 열을 올려야
찰진 밥이 되는 세상에서
찰기 없는 밥 품고만 있던 어느 날
날벼락 맞듯 창고로 밀려 났으리라
오늘도 청암 양로원 담장 밑엔
나란히 나부끼는 하얀 민들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