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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철길 변천사 — 신미애
bibig00 | 추천 (0) | 조회 (30)

2024-04-26 07:17

​철길의 피붙이였던 간이역,

깃발을 흔들던 역무원도 기적소리도 사라졌다

들꽃과 풀로 덮여

무성하게 자란 고요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사진첩 낡은 풍경들,

생업과 통학의 발을 밀어내고

색다른 휴식공간을 불러왔다

철길 주변 마을의 벽마다 그림이 자라고

조각가의 작품이 터를 잡고 명소로 떠올랐다

철길은 수목원을 끼고

카페를 짓고 데이트코스로 변신했다

선로 위를 걷는 연인, 몰려온 자전거들

가지런하던 침목도 드문드문 빠져나가고

배웅하듯 흔들리던 코스모스가 있던 자리엔

낯선 꽃들이 빼곡하다

 

급행열차에 실려 가는 사람들,

아무도 바깥풍경을 보지 않는다

속도에 능한 것들만 살아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