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ID/패스
낙서 유머 성인유머 음악 PC 영화감상
게임 성지식 러브레터 요리 재태크 야문FAQ  
[퍼온글] 산나리꽃 — 임영조
bibig00 | 추천 (0) | 조회 (34)

2024-04-29 16:15

지난 사월 초파일

산사(山寺)에 갔다가 해탈교를 건너며

나는 문득 해탈하고 싶어서

함께 간 여자를 버리고 왔다

 

그런데 왠지 자꾸만

그 여자가 가엾은 생각이 들어

잠시 돌아다보니 그 여자는 어느새

얼굴에 주근깨 핀 산나리가 되어

고개를 떨군 채 울고 있었다

 

그날 이후 그녀는 또

내가 사는 마을까지 따라와

가장 슬픈 한 마리 새가 되어

밤낮으로 소쩍소쩍

비워둔 내 가슴에 점을 찍었다

아무리 지워도 지울 수 없는

검붉은 문신(文身)처럼 서러운 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