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자를 본다
태생부터 얽둑빼기에다 어수룩한 게
볼품이라곤 별로 없다
아내가, 돈을 주고 산 게 아니라
그릇행상에게 고물과 바꾼 것인데
몇 차례 다비를 치를 때마다 화근내가 등천을 해도
그럭저럭 다시 부려먹었다
이제, 아무리 문질러도 묵은 때가 끼어
보는 이들마다 입을 대며 민망해 해도
버리면 발병이라도 날 것 같아
문갑 위에 올려 뒀다
가끔 뚜껑을 열어보면
아내의 비린 세월을 담고 있는 듯
깊은 강(江) 하나가 출렁인다